<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관람 후기 (2)
영화 제작 7년, ost 제작 4년이 걸린 작품 지브리 스튜디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처음 이 영화를 접하고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던 저는 나름대로의 조사와 정리 끝에
다시 이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을 결심합니다 (저번 글 참고)
(이번 글 역시 스포의 여지가 짙습니다 부디 영화 감상 후 읽어주세요)
그렇게 보러 간 두 번째 관람은 혼자 보러 갔고요
영화를 보고 엔딩 크레딧이 내려갈 때까지 한참을 훌쩍이다 나왔습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가, 하면 영화에 대한 기본 줄거리를 파악하고 줄거리에 대한
저 나름대로의 의미부여를 가지고 간 탓에 영화의 여러 가지 설정들과 장면이
이전보다 더 의미있게 다가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울보가 아니라 왜 울었는가, 논리적인 설명을 위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감동 포인트 3가지를 선정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짜임 있는 구성으로 하나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였다.
한 창작자가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회고록을 이렇게 잘 짜인 스토리와 영상미로 구현했다는 것이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료 조사 과정 중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해서 찾아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미야자키 하야오의 어린 시절 그의 아버지는 태평양 전쟁이 벌어지고 있던 와중에 군수업자로 막대한 부로
이득을 본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가 이러한 실정을 파악하게 된 시점에서는 아버지를 혐오하고 부자사이에서 갈등이 형성되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그러한 재산들로 인해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며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었던
본인에 대한 자책감, 전쟁을 반대하면서 군수품의 미학에 이내 감탄하고 마는 자기 자신에 대한 죄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이에 대한 내면을 갈등을 잘 풀어낸 것이 이 영화 스토리의 뼈대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해서 알고 가니 어떤 설정이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서 만든 부분인지 그리고
어떤 부분들을 판타지스러운 부분으로 이음새를 냈는지 보이면서 훨씬 영화의 몰입감과
이해도가 높아졌습니다
두 번째, 미래에 자신의 참담한 죽음에 대한 사실을 알고도 남은 인생을 살아가기로 한 히미의 선택
다른 세계에서 만난 불꽃의 소녀 히미는 사실 자신의 엄마의 어린 시절을 알게 된 마히토는
각자가 원래 살아가던 시간의 현실세계로 돌아가게 되는 장면에서 그 문을 열고 나가서 자신을 낳고 이후
병원의 화재로 인해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미는 문을 열고 자신의 원래 삶을 선택하죠. 설령 참담한, 비극적인 결과를 알지 언정
앞날을 살아가겠다고 선택하는 히미에게 삶에 대한 많은 위로와 응원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비극적인 앞날을 알고
현실의 문을 연 히미 앞에서 한 치의 앞도 모르는 내가 미래가 두렵다고 나약한 소리를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슷한 맥락에서 다른 세계의 또 다른 창조자가 되는 것이 아닌 현실세계를 택한 마히토의 선택
역시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설명하기 위해 이중적으로 연출된 부분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현실세계에서 마히토는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과 그리움, 전쟁이 일어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크게 득을 보는 아버지 덕분에 자신이 누리는 것들에 대한 죄의식 등으로 내면 속 여러 갈등을 겪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갈등들을 다른 세계의 창조자라는 선택으로 회피하지 않고 자신이 살아가던 현실로 돌아가서 그대로 직면하고
마주하며 앞날을 살아가고자 하는 결정을 내렸죠 이런 두 인물의 선택을 통해서 제가 떠올린 것은
'이 세상이 쪽박이 나더라도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한다.'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저 앞으로 나아가며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꽤나 벅찬 일이고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ost 지구본을 들으며 계속 벅찬 마음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영화 내에서 마히토와 왜가리의 관계의 변화를 통해 끝에 결국 친구가 되는 과정
이 과정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마히토는 이제껏 또래 친구들과 제대로 어울릴 기회가 없었고 가족들
역시 그의 내면을 이해하고 품을 만큼 정신적으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죠 하지만 다른 세계를 누비는
그 과정 속에서 왜가리와 마히토 사이에 우정이 형성되는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은
곱씹을수록 감동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와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다른 작품들을 추천합니다
미야베 미유키, 사라진 왕국의 성
- 현실에 대한 도피로 다른 세계, 성이라는 소재가 비슷하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쇼펜하우어, 니체 철학자의 인생론 관련 영상과 책들
- 인생의 가치와 지속에 대한 영화의 의미가 이 철학자들의
가치관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을 살아가기 위한
더 큰 용기를 얻고 싶은 분들에게 이 철학자들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제가 2회 차 관람 후 더 알아보고 싶다고 생각한 부분들은 일본사의 전반적 흐름,
새가 등장한 일본 문학에서 새는 어떤 상징적 의미로 쓰였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영화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들은 아니지만 일본 감독의 창작물이 만들어지는 나라의 배경에 대해서
더 밑바닥부터 알아보면 그의 영감이 어디서 뿌리를 내렸는지 어림짐작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더 알아보고 싶은 것들에 대한 목록도 추려보았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 부분들에
대해서도 한 번 글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ost
요네즈 켄시의 지구본을 추천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